[ 동아일보 2014년 11월 12일 ] 낙엽 태우는 밤 이종용 대표이사 인터뷰
[Healing Travel]한국의 ‘사르데냐’서 낙엽을
태우며 달빛에 취하는 밤
이종용 대표의 자연존중 철학과 멋

클럽이에스 능강리조트의 낙엽 태우기 이벤트. 지난 7일 밤 열렸다.

‘전 가을을 참 좋아합니다. 그것도 썰렁한 이때를 좋아합니다. 사실은 지금보다 좀더 낙엽이 떨어져 나뭇가지에 겨우 한두 잎 달리고 그리로 찬바람이 쫙 들어올 때가 더 좋습니다. 이런 늦가을 초겨울 달밤에 서로가 흉허물 없이 앉아 함께 불 피우고 낙엽 태우며 그 냄새를 맡는 자리, 전 이런 자리가 매우 좋습니다. 오늘 만큼은 도시생활과 불편한 에티켓은 접어두고 이렇게 둘러앉아 예스러운 사람의 관계를 잠깐이나마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달 7일 오후 8시 충북 제천시 청풍호반의 클럽이에스 능강리조트 안 로맨틱가든. 두툼한 파카에 늘 쓰는 검은 베레모 차림의 이종용 대표(72·사진)가 군데군데 모닥불을 에워싸고 모인 회원들 틈에서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이 행사는 이에스클럽이 회원(콘도소유자)을 위해 마련한 낙엽 태우기 이벤트. 모두 80여 명이 참가했는데 마침 보름달까지 떠올라 ‘청풍명월’의 고장인 이곳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가을밤이었다.
낙엽 태우기는 시낭송과 노래듣기로 일관한다. 그런 중에 낙엽을 태우고, 술과 음식을 먹고, 밤하늘의 보름달을 감상한다. 리조트 측은 낙엽을 모아 모닥불 곁에 쌓아두고 어묵과 꼬치구이, 옥수수와 고구마 등 먹을거리와 사케를 따끈하게 데워 와인과 함께 낸다. 물론 돈은 받지 않는다. 회원들은 모닥불 가에서 불을 쬐며 음식과 술을 즐겼다. 노래는 통기타가수가 나와 들려주었고 시는 회원들이 자처해 낭송했다. 깊어가는 가을밤을 청풍명월의 고장 산중에서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서 술과 음식, 시와 노래로 즐기는 이 밤. 세상에서 가을을 이보다 짙고 화려하게 보낸 사람이 없을 듯하다.

클럽이에스 능강리조트의 양식당. 창문을 통해 잔디밭의 흔들의자에 앉은 가족의 푸근한 모습이 보인다.
금수산의 해발 300m 산등성, 청풍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이에스리조트를 짓기 위한 첫 삽을 뜬지도 어언 22년. 한 동, 두 동 단위로 짓고 들였는데 이젠 255실 규모로 커졌다. 그새 나무도 웃자라 리조트를 가릴 만큼 울창해졌다. 덕분에 리조트는 이 대표가 원하던 대로 자연과 점점 닮아가고 있다. 쉰 살이었던 이 대표도 일흔을 넘겨 희수(77세·喜壽)를 향하고 있고, 리조트는 이곳 한려해상국립공원 안 미륵도(경남 통영시) 산등성과 네팔까지 세 개로 늘었다. 몇 년 전엔 피지의 해변에도 터를 마련하고, 올핸 서귀포의 칠십리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한라산 산등성에 네 번째 리조트를 착공했다.
1980년대 대구에서 섬유업을 하던 이 대표가 리조트 운영에 뛰어든 건 앞으로는 ‘자연과 휴식을 결합한 리조트’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우연히 수몰 직전에 이곳 능강리조트의 금수산 자락(산 46만 m²)을 샀고 청풍호반이 1989년 ‘전국 10대 관광지개발’계획에 들자 개발에 나섰다. 고집과 주장이 강한 이 대표는 국내선 참고할 만한 리조트가 없다고 판단하고 눈을 해외로 돌려 근 십 년간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이탈리아반도 서부 지중해의 큰 섬 사르데냐다. 능강리조트는 거기서 받은 인상을 토대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럽풍 별장으로 개발했다.
통영리조트는 이걸 본 경남도지사가 원하는 곳에 땅을 내줄 테니 똑같이 개발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만들게 됐다. 통영리조트는 국립공원 가족호텔이라 비회원도 이용이 가능하다. 유럽별장풍의 서귀포리조트(170실)는 내년 7월이 개장 목표. 루프 톱(Roof top·옥상 공간)의 사우나와 노천 욕장에서 서귀포바다와 한라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짓는다. 이 대표는 “내 인생에서 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제주리조트 개장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스(ES)’라는 브랜드는 ‘자연의 풍요로움(Environment Sound)’, ‘품위 있는 중류층클럽(Elegant Society)’, ‘풍부한 이벤트(Sonorous Event)’, ‘고향의 편안함(Easy and Safe)’, ‘에너지 원천(Energy Source)’을 지향한다.
이에스리조트클럽 통합회원권 판매 중
능강(제천), 통영, 제주리조트를 모두 이용하는 통합회원권을 판매 중. 히말라야산맥 기슭의 네팔과 피지도 이용 가능. www.clubes.co.kr 02-508-2329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 02-508-2329 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제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Healing Travel]비봉산 절경아래 청풍호반
사연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제천 ES리조트서 감상하는 청풍호

모노레일로 오른 해발 531m의 비봉산 정상 전망대에서 본 청풍호 풍경. 1985년 이전만 해도 이 물 아래서 주민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풍광이 자연스럽다. 제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충주댐 공사가 한창이던 1983년 초여름. 나는 지방순회취재팀 일원으로 충주와 제천, 단양의 남한강 수몰 예정 지구를 닷새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군사정권의 언론통폐합 정책으로 지방주재기자가 활동을 접은 상태였다. 그래서 서울 본사기자가 취재팀을 꾸려 주기적으로 지방을 돌며 주요 사안을 보도했다.
그게 벌써 31년 전. 그래서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잊지 못한다. 단양읍(단양군)과 청풍면(현재는 제천시지만 당시는 제원군 소속)의 모습이다. 충주댐으로 인한 수몰의 아픔이 가장 큰 곳이었기 때문이다. 단양은 읍내가 통째로, 청풍면은 마을 27개 중 25개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취재 당시엔 수몰까지 1년 이상이 남았던 터라 마을의 일상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데 말을 시켜 보면 그게 아니었다. 태산처럼 쌓인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는 것이었다. 그저 ‘때가 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담배연기만 내뿜으며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이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오로지 그런 촌로의 모습뿐이다.
충주댐이 완성되고 담수가 시작된 건 1984년 11월. 이후 태백시 검룡소의 지하암반에서 샘솟아 이끼 무성한 돌 자락을 타고 서해까지 장장 375km를 흘러내리던 남한강은 충주에서 잠시 그 흐름을 멈추고 중원 제원 두 군과 단양 등 세 고을의 산야를 서서히 침몰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7105가구 3만8663명(국가기록원 기록)이 정든 집과 땅을 버리고 근방으로 이주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당시 수몰지구에서 구한 극히 일부의 문화재를 모아둔 곳. 당시 나도 더이상은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굳이 발품 팔아 구석구석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서 조성된 게 청풍호와 충주호다. 청풍호는 호수의 동편 제천 쪽, 충주호는 반대편 충주 쪽의 물을 가리킨다. 수천 년 이어져 온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진 만큼 이 호수만큼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곳도 없을 터.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만추의 가을풍치를 여유롭게 감상하기에 청풍호만한 곳도 또 없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알프스산맥처럼 끊임없이 이어지고 중첩되는 월악산의 자태가 이 거대한 호수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멋진 장관. 만산홍엽의 추색(秋色)으로 변한 호반의 금수산과 비봉산 모습은 이 가을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청풍나루(제천시)를 떠난 유람선은 40분 만에 장회나루(단양군)로 갔다가 되돌아온다. 비봉산과 금수산의 단풍 진 모습, 구담봉 옥순봉의 멋진 경치는 그동안에 배 양편으로 펼쳐진다. 그걸 배위에서 앉아 감상하노라면 이런 호사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다 가끔 이런 상념에 젖기도 한다. 이 아래 물밑이 31년 전 내가 먼지 풀풀 날리며 취재차를 타고 오갔던 바로 그 마을의 그 땅이고 내가 그 위를 배로 지나고 있다는 기괴함 같은 것 말이다.
대대로 물려받아 갈고 닦은 논밭과 길, 그리고 지금 이 근방 어딘가 살고 있을 촌로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태어나고 그의 자식이 첫울음을 터뜨렸던 옛집. 그 생각에 가슴이 갑자기 짠해지는데 황금빛깔 잎갈나무(낙엽송)군락의 화려한 가을빛도 그런 침잠에서 나를 건져주지는 못했다. 내가 이럴진대 거길 내쫓기듯 떠나야 했던 토박이들은 어땠을까. 호수와 내내 이웃해 지내니 이젠 거기서 벗어났을까, 아니면 호수를 볼 때마다 그 아쉬움에 나처럼 마음이 아릴까.
부탁건대 청풍호반을 찾게 되면 수면 아래에 수천 년간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산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그래야 이곳에 대한 느낌을 제대로 견지할 수 있다. 지금 보는 호반마을도 과거엔 그저 그런 산등성과 고갯마루였을 터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이곳의 풍경과 삶이 전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풍경을 고르라면 옥순봉(286m)이다. 구담봉(330m)과 이웃한 이 명승바위는 청풍호반 유람선투어의 백미(白眉)급의 풍치를 자랑한다. 그 모습은 대숲에서 땅을 박차고 치솟는 대순 모습이다. 수직의 바위 무리가 대순처럼 솟아오르며 절벽을 형성한 형국인데 그 빛깔이 옥빛처럼 비쳐 옥순봉이다.
이 옥순봉을 조선의 화가 김홍도가 그려 두었다. 그게 ‘병진년 화첩’에 담겨 전해온다. 그림속의 옛 모습은 수몰수위를 가늠케 하는데 직벽 아래 소나무가 숲을 이룬 바위둔덕을 우리는 볼 수 없다. 물 아래 갇힌 것이다. 이 옥순봉은 단양과 제천의 경계인 계란재 마루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바위정수리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거리는 2.3km. 롤러코스터 철길마냥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숲길인데 천천히 걸어도 한시간반이면 닿는다. 거기 서서 내려다보는 월악산과 청풍호의 풍치는 대단하다. 녹아내린 빙하로 수위가 오른 바다에 산과 계곡이 잠겨 호수를 이루는 피요르드 같다. 청풍나루 뒤편의 비봉산(531m·청풍면 도곡리) 정상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와 호반풍경도 압권이다. 특히 해질 녘 낙조풍광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명소다. 오르려면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리겠지만 모노레일을 타면 25분 만에 오른다. 급경사의 숲 속으로 오르내리는 모노레일은 탑승 그 자체로 짜릿한 체험이니 꼭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Travel Info▼
여행 코스: 충주호의 월악대교(월악나루)를 경유하는 월악로(국도 36호선)를 따라 옥순봉을 찾는 루트. 월악로는 수산(삼거리)에서 옥순대교(동쪽)로 이어지는 데 유람선 선착장인 장회나루(단양군)로 가는 도중 계란재를 지난다. 옥순봉 정수리로 가려면 여기서 주차하고 산을 오른다. 여기서 차를 되돌려 수산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북쪽 청풍문화재단지로 이어지는 지방도 82호선을 따른다. 유람선은 청풍나루 선착장에서 탄다. 비봉산을 오르는 청풍관광 모노레일도 이 주변에 있다. 클럽이에스의 능강리조트는 청풍대교 건너 오른편의 금수산 자락에 있다. 다리 건너 우회전해 청풍로를 따르다보면 왼편에 입구가 보인다. 충주댐으로 가둬진 물은 충주호와 청풍호 두 개로 나뉘어 불리는데 충주호는 서편 충주시 쪽을, 청풍호는 동편 제천시 쪽 물을 칭한다.
관광안내: 043-1330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 043-1330 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청풍호 관광모노레일: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탑승할 수 없다. 제천시 청풍면 도곡리.
이에스리조트: 안내, 분양 등 정보는 홈페이지(www.clubes.co.kr)에. 02-508-2323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 02-508-2323 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제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